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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래간만에 대구에 왔다. 거의 올초 이후에는 처음으로… 근데 며칠 전부터 부쩍 날씨가 추워져서 가을 점퍼만 가져왔는데 넘 춥다. 어젠 진짜 오랜만에 혜진이랑 사민이 만나서 셋이서 사케 1L를 해치웠는데 내가 또 술을 마시면 진짜 사람 아님… 머리아프고 피곤하고 죽겠다. 그래도 고향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도 도란도란 얘기하면 할 말도 많고 재밌다. 어젠 또 그토록 그리워하던 대쿠이도 먹었는데 역시 명불허전으로 넘 맛있었다. 근데 올때마다 느끼지만 대구는 참 안 변하고 옛날 내가 알던 모습 그대로더라고. 뭐 있을 건 다 있는데 그래도 온통 공사판인 서울에 비하면 한 10년 전 같은 모습을 아직도 하고 있다. 학생 때 듣던 Tame Impala나 푸른새벽 같은 노래를 여기서 들으니 감회가 새롭긴 한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대구에서 계속 살았다면 정말 끔찍했겠다 싶더라. 역시 젊은이는 큰물(서울)에서 놀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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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아빠랑 팔공산을 다녀왔는데 생각해보니 아빠랑 마지막으로 둘이서 어딜 간 게 3년 전이더라고… 사실은 마음이 아주 편치만은 않고 또 만나면 할 말도 딱히 없는데 그래도 맘을 좋게 먹어보자… 근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가 쉽지가 않다. 난 이제 스물다섯 살이고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했지만 그래도 지난한 모든 기억과 감추고 살다 불쑥 나타나는 상처들과 원하든 원치 않든 물려받은 것들과 가족으로 얽혀있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나보다. 내일이 언니 상견례 날인데 내가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제 우리 진짜 새로운 막인 것 같아서. 많은 것들이 변할 테고 나도 그 속에서 그렇게 나이들어갈텐데 불확실한 것들이 사실은 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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