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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래간만에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생각해보면 올해 대구를 딱 3번 갔는데 놀랍게도 그중 1번은 부산 여행 간다고 잠만 자고 온거고 1번은 코로나 걸려서 집에만 있었던 때다. 그러니까 대구를 위한 대구(?) 는 올해 1월을 마지막으로는 없더라고… 엄마도 서울에 있으니 대구를 정말 잘 안 가게 되는데 그래서인가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서울에 와서 난 너무 좋고 행복한데 그래도 20년을 살아온 고향을 마주하는 일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것 같다. 좋든 싫든 나의 일부분이니까. 나날이 연로해가는 아빠를 마주하는 것도 그렇고. 암튼 여러모로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좀 그래서 기차 타고 가는 길에 일기를 써야겠다 싶어 태블릿을 챙겨 기차를 탔다. 근데 막상 글을 쓰려니 옆에 사람도 있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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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추석 연휴에는 드디어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밤 비행기 – 밤 비행기로 오갔던지라 잠을 거의 못 잤고 싱가포르에서도 초강행군 스케줄이었기에 거의 5시간은 잤으려나?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무리한거 실화임… 그래도 부지런 떤 덕분에 3일 동안 웬만한 관광 스팟은 다 돌아봤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부유한 국가였고 공항이며 쇼핑몰이며 다 아방궁 같았다. 한국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선진국인듯… 근데 내가 거기서 느낀 감상은 싱가포르는 전통이 없고 약간 뭔가 자본 영끌해서 억텐으로 지어낸 느낌? 마리나베이도, 가든스파이더베이도, 쥬얼창이도 어디든 돈맛이 안 느껴지는 곳이 없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로컬만의 특색이 좀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서양인들도 정말 많고 확실히 동네도 깨끗하고 잘 살더라고. 그런 동시에 동남아의 그리너리한 색채도 가지고 있으면서. 여튼 좋은 경험이었고 생각보다 물가가 꽤 세서 다음번에는 개인여행보단 출장으로 오면 좋겠다. 근데 나 더운거 웬만하면 잘 참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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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돌아와서는 바로 영어 스터디 그룹 사람들이랑 캠핑을 다녀왔고 그 다음날엔 늦잠 자고 일어나선 (그래봤자 10시) 얼마 전 알게 된 동네 사는 애랑 오펜하이머를 봤다. 역시 놀란 감독 영화 잘 만듬 3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었다. 다크나이트보다는 아녀도 인터스텔라보단 재밌었음 아마도? 근데 영화 내내 백인 남성만 주구장창 나와서 좀 그랬음 아 물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걸테지만 그래도 여자가 너무 들러리여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영화도 봐야겠다. 에무시네마에서 짐 자무쉬 특별전 하던데 그것도 10월 중에 보러 가야지. 아우 올해는 왤케 나다니느라 바쁜지 벌써 10월이고 단풍철이고 곧 야외활동 골든타임이 끝나서 마음이 급한데 할일도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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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가 글 쓰기도 좀 부끄러운 주제인데 앞에서 오펜하이머 같이 보러 갔다고 한 애가 어쩌다 보니 썸남 아닌 썸남이 되었는데.. 아직 난 별로 남자친구 만들 생각이 없었긴 한데 엄청 오랜만에 그런 감각을 느껴보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나쁘지 않기는 하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웃이어서 어쩌다 몇번 보니까 같이 있을 때 엄청 편하고 성격도 잘 맞아서 호감인 건 맞다. 근데 난 내 성격을 너무 잘 알아서 나한테 맞춰주고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나는 또 다시 예전처럼 한없이 약한 사람이 되어버릴까봐 좀 두렵다. 그건 내가 정말 다시는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이기도 해서.. 그리고 예전 남친 때문에 그런가 이왕 사귀면 잘생긴 사람이면 좋겠음 (?) 더불어 곧 한국 뜬다고 하니 별로 관계에 있어 진지하고 싶지도 않고? 플러스로 좀 속물 같긴 해도 고졸이라.. 암튼 뭔가 이렇게 애매하게 지내는 게 맞는지도 께름칙하기는 하다. 그래도 중요한 건 내가 이럴때 약해지면 안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하고 남보다도 내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는 거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길 바라고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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