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Shore

1

오늘은 첫 단추부터 뭔가 좀 그랬다. 사실 내내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녔는데 점심에 먹을 식단배송을 까먹고 회사가 아닌 집으로 받아서 아침에 밥을 들고 출근을 했는데 정작 점심엔 사람들이랑 먹느라 밥도 못먹었고 그래서 저녁에 기타 가기 전에 먹으려고 했는데 기타 선생님이 당일 파토를냄… 근데 저녁엔 산뜻하게 풀때기 먹고 싶어서 결국 저녁으로도 못 먹고 회사 냉장고에 놔두고 왔다. 회사 아닌 다른 데 외출하는 날이랍시고 화장도 했는데 수업도 안가게되어서 그냥 이쁘게 출근한 사람이 됐다. 저녁엔 지난주부터 불편하게 구는 사람이 뜬금없이 같이 어디 가자고 연락와서 한차례 더 비참해졌다. 내가 만만한가 ㅠㅠ 그래서 거절엔 정말 젬병인데도 용기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모든 (안좋은 것들을 포함하는) 그 조금의 가능성이 두려워 벌벌 떠는 일은 너무나 힘겹고 언제나 적응이 잘 안 되지만… 오늘은 전반적으로 무언가 아다리가 잘 안 들어맞는 날이었다. 그와 별개로 막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2

지난주 일기에서도 말했지만 언니가 결혼을 한다는데 너무너무 싫어서 솔직히 좀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너무나 거부감이 들어서 그냥 연 끊고 살고 싶을 정도다. 이런 얘기를 길게 할수록 내 기분만 더 가라앉을테니 이쯤 하고, 아무튼 요즘은 같이 사는 엄마 말고 다른 가족들이랑 왕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아빠랑은 가끔 하는 전화가 전부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애착관계는커녕 처맞은 기억이 더 많아서 싹싹한 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빠도 나이가 들고 예전이랑 다르게 잠도 잘 못 자고 자주 아프고 감정적으로도 쇠약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더라고. 방금도 오래간만에 통화하는데 위기가 몇번 왔다… 앞으로도 난 서울에 있고 아빠는 대구에 있을테니 더더욱 가까워질 일은 없겠지만, 그리고 엄마랑 수도 없이 싸우며 어린 내가 받은 상처는 어떻게라도 복구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빠도 건강히 잘 지냈으면 좋겠고 더 늦어지기 전에 아빠랑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 싶더라고. 놀랍게도 아빠랑 둘이 어디 간 기억이 없네.

3

지난주 엄마랑 싸우고 기분이 얼마나 안좋았으면 인피니트 콘서트 갔다온 얘기를 안했네 ㅋㅋㅋ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너무 좋았다! 아무렴 좋지 아니했을까? 무려 11년만에 보는 인피니트였는데. 이제는 나 어엿한 성인이 되어 회사에서 돈도 벌고 번 돈으로 15만원 하는 콘서트 티켓도 살 수 있어 오빠들 ㅠㅠ 처음에 다시돌아와 BTD 할때는 진짜 어안이 벙벙해서 나도 얼타고 가수도 얼타는 것 같았고 Nothing’s over 할때는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내 어린 시절 순수했던 기억 속 우상 같은 사람들. 심지어 티켓팅을 얼마나 잘했는지 체조경기장인데 맨 앞에서 무려 11번째 줄이었다. 멤버들 얼굴 진짜 잘 보였고 아무튼 꿈 같은 시간이었다. 소속사도 다 다르고 이제는 현실적으로 그룹 활동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닐텐데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어서 그리고 심지어는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준 인피니트에 무한 감사…

댓글 남기기

워드프레스닷컴으로 이처럼 사이트 디자인
시작하기